지우개 밥 지우개 밥 비가 내렸습니다 오 밀리 못되는 비가 자꾸 내려 밤이 하옣습니다 쓱쓱~ 싹싹~ 문질러도 지우개 밥 처럼 또록또록 쌓여 고였습니다 마상열 시선 2014.04.18
새의 노랫말에 새의 노랫말에 숲을 일구는 건 새들의 몫이다 새가 지저귀다 간 나무는 화색이 돈다 새의 노래가 춘삼월 메아리로 수관을 타고 오르기 때문이다 풀씨의 눈들이 속속히 외부와 타협을 거듭하는 동안 활엽수 나무에선 수 없이 많은 귀가 돋아 바람을 만든다 산동백나무인지 산벚꽃나무인.. 시선 2014.04.03
감기 감기 쓴이: 마상열 나 때문에 아프지 마라 내가 그대들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것에 송구한 일이기는 하나 따져 보면 예사스런 경우다 먹거리 두고 편식하는 이들 있듯이 아무에게나 이유 없는 성깔 들이지 않는다 침투할 순간을 알고 후퇴할 때를 아는 나는 넝마주이 감기 기껏.. 시선 2014.02.12
산골편지 산골편지 쓴이: 마상열 간밤에 손님이 다녀갔습니다 눈 쌓여 갇힌 마당에 하얀 발자국이 종종 맴돌며 길을 낸 흔적 있습니다 이 집 주인장 달콤한 잠 방해될까 기척도 없이 머물다간 것입니다 아찔한 밤 외딴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면 아마 빨간 눈을 가진 방문객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뒷.. 시선 2014.02.08
시간의 반란 시간의 반란 쓴이: 마상열 길을 나서려는데 어이없게도 근거가 잡히질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지금 무엇을 향해 가려했던것 일까 어떤 이유로 두려움에 가득한 회색의 장막에 감히 발을 내딛으려 하는가 아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오체의 결빙이 은밀하다 바람이 탄다 목구멍에... .. 시선 2014.02.05
폭설 폭설 쓴이: 마상열 눈이 내렸습니다 온산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나의 입장도 한겨울 배경을 조금씩 닮아갑니다 산 아래 상록수 저마다 한 무더기 폭설을 끌어안고 서로 등을 내어 주며 속 깊은 정을 통합니다 이대로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책없는 까마귀 날개짓에 .. 시선 2013.12.20
겨울비 겨울비 쓴이: 마상열 후련하지도 못한 것이 겨우 내려 기분만 다치게 하누나 들키지 않은 허물 하나쯤 씻어주지 못할 바엔 눈이나 되어 덮어줄 일이지 지나친 갈피마다 이리 야속한 마음 들이는가? 혹여 내가 너라면 차마 펑펑 울기라도 하련만. 시선 2013.12.13
산골편지3 산골편지3 쓴이: 마상열 산골 사는 나무꾼이 눈 녹인 산기슭에 말갛게 물오른 조릿대 여린 싹 큰 소쿠리 따다가 뭉게구름 한가로운 우물물에 헹구어 정성스레 다듬기를 한나절, 불 지핀 가마솥에 여러 차례 덖음질을 해댑니다 후끈한 열기가 송골송골 이마에 땀방울로 맺힐 즈음 아홉 번 .. 시선 2013.05.13
떠도는 이성 떠도는 이성 쓴이: 마상열 빗줄기가 한차례 존재를 알리면 땜 아래 안개는 부푼 꽃망울에 데롱 거려 거짓말처럼 거짓처럼 노안의 시력은 돌아와 편린들의 이성이 된다 시선 201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