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편지
쓴이: 마상열
간밤에 손님이 다녀갔습니다
눈 쌓여 갇힌 마당에 하얀 발자국이 종종 맴돌며 길을 낸 흔적 있습니다
이 집 주인장 달콤한 잠 방해될까 기척도 없이 머물다간 것입니다
아찔한 밤 외딴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면 아마 빨간 눈을 가진 방문객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뒷산 참나무숲 알 꽉 찬 도토리 주우러 갔을때 뜻밖에 대면하였던
거북 바위 보금자릴 더한 토끼가족이지 싶습니다
제 소박한 살림이 몹시도 궁금했었나 봅니다
모처럼 반가운 이웃 먹거리 하나 대접하지 못한 게 못내 편치가 않습니다
싸리나무 울타리 옆 억새 엮어 고깔 씌워둔 구덩이 저장해둔
양식 꺼내다 봄이 올때 까지만 이라도 꺼리낌 없이 나눔 해야겠습니다
늦으막 기지개 켠 뾰족한 햇살이 쉴새없이 냉기를 달래며
모락모락 백설기를 쪄내는 고즈넉한 산골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