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산골편지

일기님 2014. 2. 8. 21:24

산골편지

 

                                         쓴이: 마상열

 

간밤에 손님이 다녀갔습니다

눈 쌓여 갇힌 마당에 하얀 발자국이 종종 맴돌며 길을 낸 흔적 있습니다

이 집 주인장 달콤한 잠 방해될까 기척도 없이 머물다간 것입니다

아찔한 밤 외딴 여기까지 찾아온걸 보면 아마 빨간 눈을 가진 방문객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뒷산 참나무숲 알 꽉 찬 도토리 주우러 갔을때 뜻밖에 대면하였던

거북 바위 보금자릴 더한 토끼가족이지 싶습니다

제 소박한 살림이 몹시도 궁금했었나 봅니다

모처럼 반가운 이웃 먹거리 하나 대접하지 못한 게 못내 편치가 않습니다

싸리나무 울타리 옆 억새 엮어 고깔 씌워둔 구덩이 저장해둔

양식 꺼내다 봄이 올때 까지만 이라도 꺼리낌 없이 나눔 해야겠습니다

늦으막 기지개 켠 뾰족한 햇살이 쉴새없이 냉기를 달래며

모락모락 백설기를 쪄내는 고즈넉한 산골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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