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심장 소리가 들렸어요 야윈 바람 산을 넘고 넘어와 여기 잔잔한 호수 가 푸른빛 연민을 풀어헤친 까닭입니다 운명 같던 동면 장막을 걷어 다시금 희망이라는 시간을 보장받게 되었음은 고마운 일이라 기뻐해야겠지요 하지만 우린 우리와 함께 어울리고 인내를 준 혹한의 폭설과 풍경..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3.12
그가 말했다 그가 말했다 그가 말했다 마음을 합장하여라 비록 자신이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한다 하여도 애써 태연하여라 실의에 빠지지 말라 실패란 것이 억울하긴 하여도 소소하게 혹은 기나긴 인생의 이정표가 되니 평정하여라 그가 말했다 늦지 않게 경험한 것에 위로받으라 깨달음이란 좌절로..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2.19
너무하다 너무하다 쓴이: 마상열 빨간 놈은 잘 익었다고 똑 따먹고 파란 놈은 싱싱하다고 마구 따먹고 어린 놈은 보드랍다고 몰래 따먹고 생으로 먹고 익혀서 먹고 가루내 먹고 장 담궈 먹고 먹고 모자라 잎 까지 다 따 먹 고 이러다 남아나는 고추 없겠다.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2.17
별 아래 별 아래 쓴이: 마상열 자칭 안타까운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알고 지냈어도 그 말 다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별 아래 세상 있고 머리 위에 삶이 있는 걸 알겠다 똑똑하지 않아서 앞만 보고 달리고 이기적 문명에 갇혀 노예처럼 지내는 것은 아니다 섣불리 떨치지 못해 구실이 못된뿐 언젠가..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2.15
산골편지 산골편지 쓴이: 마상열 여기 산골에 새로운 우주가 생겨났습니다 상상했던 눈이 내렸습니다, 쉼없이 내려 주었습니다 먼 산꼭대기 솔솔 설탕 가루를 뿌려 놓듯 차츰 내려 몇 구비나 되는 골짜기를 모두 덮었습니다 얄따란 냇가를 훌쩍 건너 녹슨 양철지붕 위 올망졸망 장독대 까지 소복 ..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2.06
꿈 같으니까요 꿈 같으니까요 쓴이: 마상열 사람아 이 밤엔 그댈 위해 가만가만 꽃비를 내리겠나이다 고운 편지지에 예쁜 마음 까지 담아 고이 잠든 머리 맏에 두겠나이다 잘 생긴 제 얼굴도 동그마니 그려 넣겠나이다 그냥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하겠나이다 티 끝만큼 이라도 울쩍한 기분 있을까 차마 ..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2.01
부분적 영혼의 이탈 부분적 영혼의 이탈 쓴이: 마상열 누군가 말 했다 신체의 성욕을 분실했다고 하여 마음에서도 떼 버렸다 한다 이 경우를 부분적 영혼의 이탈이라해야 하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내용 안에 예전과의 비교점을 엿 볼 수 있다 지나간 시대 즉 우리의 부모님 세대의 대부분은 신체와 영혼의..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1.29
폭설2 폭설2 쓴이: 마상열 동요하던 눈은 마침내 내린다 폭설이 되어 오로지 덮고 덮어 씌운다 창공으로 굶주린 매의 날개짓이 직립을 일삼고 한무리 참새떼 호들갑스레 가시덤불에 피신을 한다 정색한 물줄기 마저 강바닦에 드러 눕고 만다 애꿋은 찔레 열매 유독 눈 속에 시야를 틔운다 몽실..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1.20
어둠에게 말을 어둠에게 말을 쓴이: 마상열 이 밤엔 잠들지 못하는 배경을 머리맏 어디쯤 불러들여 말을 건다 헤릴수 없는 눈발과 주눅들지 않는 시련 흔들다만 바람 그 소심한 사유와 유독 외면하려는 각각의 어설픈 과거와 달 없는 그림자의 검증되지 않은 실체, 사색의 경계를 넘어온 개 짓는 타인과..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1.17
그녀의 이름 그녀의 이름 쓴이: 마상열 첫 사랑, 그녀의 이름입니다 그녀의 동네는 내가 사는 곳에서 이십여 분 거리를 두고 있답니다 외진 언덕길을 오르면 우거진 산아래 그녀 집 너른 창이 맑게 나를 반깁니다 그곳에 곱고 단아한 그녀가 살고 있습니다 나는 그곳에 다녀오길 무척 행복해 했지요 .. 사랑한 날 있었으니 201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