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명수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일기님 2009. 9. 6. 22:48

 

모닥불 속의 개미들                   * 즐거리가 짧은 관계로 두편을 옮겨 놓습니다.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활 활 타고있는 모닥불 속에 썩은 통나무 한 개비를 집어 넣었다. 통나무가 우지끈 소리를 내며 타오르자 나무통에서 개미들이 때를 지어서 쏟아져 나왔다. 한 무리가 통나무 뒤쪽으로 달리다가 불길에 휩싸여 타 죽어 갔다.

  나는 황급히 불붙은 통나무를 모닥불 속에서 끌어 내었다. 생명을 건진 개미들의 일부가 모래 위로 달려가고, 더러는 소나무 가지 위로 기어 오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미들은 좀처럼 불길을 피해 달아나려 하지 않았다.

  가가스로 불길을 피해 나갔던 개미들도 방향을 바꾸어 다시 통나무 둘레를 빙빙 맴돌기 시작 했다. 그 어떤 힘이 그들을 내버린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한 것 일까.

  많은 개미들은 활 활 타오르는 통나무 뒤로 다시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통나무에 붙어서 그대로 타 죽어가는 것이었다.

 

 

 

느릅나무

 

 

  나는 톱으로 장작을 켜다가 느릅나무 토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에 느릅나무를 잘라서 트랙터로 운반해다가 토막을 쳐서 더러는 뗏목에 쓰기도 하고 어떤 것은 통나무째 쌓아 두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땅에 굴러 두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느릅나무 토막에서 파르스름한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 싹은 장차 느릅나무로 크거나 우거진 나뭇가지가 될 수도 있는 어김없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느릅나무 토막은 이미 단두대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차마 그 목에 톱질을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살아 있는 목을 자를 수 있으랴. 그도 살기를 원하는데, 우리보다도 더 간절히 살기를 원하는데 어찌 그 목을 자를 수 있겠는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Aleksandr Isayevich Solzhenitsyn

8출생-사망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 - 2008년 8월 3일

*학력

로스로프대학 물리, 수학 학사

*데뷔

1962년 단편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수상

2007년 러시아 국가문화공로상
1970년 노벨문학상

*경력

1994 소련연방 붕괴 후 러시아 귀국
1974.02 미국 버몬트 지역에 정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