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명수필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일기님 2009. 9. 2. 00:00

유리문 안에서 29

 

 

                                              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나는 부모님의 만년에 태어난, 말하자면 늦둥이다.나를 낳았을때 어머니는 이런 나이에 임을 해서 남세 스럽다고 했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이따금 입에 올려지고있다.

  단지 그 가닭만은 아니겠으나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자 나를 어느 집에 수양 아들로 주어 버렸다. 그 집이 물론 내 기억에 남아 있을 리 없지만, 어른된 후 들어보니, 아무래도 고물장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던 가난한 부부네 집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고물가게의 잡동사니와 함께 작은 광주리 속에 뉘어져 매일 밤 요츠야 야시장 노점에 밤바람을 맞으며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것을 어느 날 밤 누나가 무슨 일인가로 그 앞을 지나다가 발견하고서 가엾다고 여겨서일까, 품에 싸안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는데, 나는 그날 밤 잠을 안자고 밤새도록 울어 대기만 해서 누나는 아버지에게 몹시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나는 내가 언제즘 생가에 되돌아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곧 또 어느 집에 양자로 보내 졌다.그것은 분명 내가 네 살 나던 해였다고 생각한다. 나는 철이드는 8,9세 때까지 그 집에서 자랐는데, 얼마 안있어 양가에 묘한 분란이 생겨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처지가 되었다.

  아사쿠사에서 우시고메로 옮겨 온 나는 자기가 태어난 집으로 돌아왔다고는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부모를 그 전처럼 조부모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며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부모님들은 갑자기 지금까지의 습관을 바꾸는게 어색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나에게 그렇게 불리면서도 모른척 했다.

  나는 세상의 보통 막내둥이들처럼 결코 부모님으로 부터 귀여움을 받지 못했다. 이것은 내 성질이 순직하지 않았다든지, 오랫동안 부모와 덜어져 있었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원인에서였을 것이다. 특히 아버지로 부터는 오히려 가혹한 취급을 받았다는 기억이 아직도 나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아사쿠사에서 우시고메로 옮겨 왔을 당시의 나는 왠지 몹시 기뻤다. 그리고 그 기쁨은 누구라도 금방 알아차릴 만큼 두드러지게 밖으로 드러났다.

  바보 같은 나는 얼마 동안이나 친부모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만 여긴채 살았던 것일까. 그것을 물으면 전혀 대답할 길이 없으나, 아무튼 어느날 밤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혼자서 안방에서 자고 있는데 머리맡에서 낮은 목소리로 연신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지만 사방이 캄캄해서 누가 거기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어린애였으므로 그저 가만히 그쪽에서 말하는 것만을 듣고 있었다. 듣고 있노라니, 그게 다름아닌 우리집 하녀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녀는 어둠속에서 나에게 귓속말하듯 이렇게 솟삭이는 것이었다.

  "도련님, 도련님이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은 정말은 도련님 아버지와 어머니세요. 좀 전에 말이죠. '아마 그래서 저렇게 이 집을 좋아하는 모양이야. 참 묘하지" 하고 두 분이 말슴하시는 걸 제가 들었기 때문에 살짝 도련님께 알려드리는 거예요. 아무한테도 말씀하시면 안돼요, 아셨지요?'

  나는 그때 그냥 "응,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게" 하고 말했을 뿐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기뻤다. 그리고 그기쁨은 사실을 가르쳐 준 데서오는 기쁨이 아니라, 단지 하녀가 나에게 친절한데서 오는 기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나를 그토록 기쁘게 해 주었던 하녀의 이름과 얼굴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 사람의 친절 그것뿐이다.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본명:긴노스케(金之助) 소설가

*1867년 1월 5일 지금의 도쿄에서 8 남매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났다.

*1905년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로 문단 데뷔 

*도쿄대학교 영문과

*1907년 나는고양이로소이다 완간

*1916년 12월 9일 최후의 대작 <명암>을 집필하던중 위궤양이 악화 되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