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가을엔 이별할 일 없이도 편지를 써야 한다
그래야 까닭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깊은 속내에 들게 되면 마침내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대만의 쓸쓸한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비록 그릇된 삶이 아니었어도 가만 두 손 모아
이미 감당해버린 안타깝던 시간과 마주하게 되리니
그대 주문을 외워라
그땐 사랑해서 무척 아팠고 지금은 사랑해서 한없이 행복하고 싶다
그대 가을은 고해의 계절이다 몇 번이고 편지를 써라
잎새를 태우는 바람과 같이 그대 편지를 써라
마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