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명수필

나나니벌과 배추벌레(고전수필)

일기님 2009. 7. 31. 10:05

나나벌과 배추벌레

 

                                                                   작가: 신광현

 

  계미년(1523) 여름에 내가 어머니 상喪을 당하여 상중에 있을때이다.

어느 날 낮, 날씨는 어두컴컴한데 앉았노라니 무었인가가 뜰로 날아들었다. 모양은 벌과 같은데 조금 작고 윙윙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날아다녔다. 이상해서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무슨 벌레인지 얼른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두다리로 진흙을 뭉쳐가지고 어디론가 날아가더니 또 다시 하기를 그렇게 하루 종일 하는 것이었다. 이에 심부름 하는 아이에게.

  "가서 저것이 무슨 벌레인지 진흙으로 무얼하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다. 아이가 살펴보고 와서 그 진흙으로 벽틈 사이에다가 집을 짓더라고 하였다. 몇일 후에 또 아이에게, "가서 그 벌레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벌레로 변했는지 또 무슨 이유로 그전 처럼 날아오지 않는지 살펴보고 오너라."

 하였더니 아이가 살펴보고 와서는,

 "그 벌레가 이제는 진흙을 나르지 아니하고 어디론가 날아가서 벌레를 한마리 물어와서 집에다 넣고선 웅웅 소리를 내며 날개를 비벼댔습니다. 그게 무슨 벌레인지 모르지만 참 이상도 합니다."

 하였다. 이에 내가,

"그것은 바로 나나니벌이고  그가 물어온 벌레는 배추벌레다. 나난니벌은 다른 벌레를 자기와 유사하게 변화 시킬줄 아는 벌이다."

  했더니 아이가,

" 그렇다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단 말입니까?"

하였다. 내가,

"그렇단다 장자莊子도 거기에 대해 언급 하였다만는 네가 어려서 이해 못할 것이니,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겠다.  때에 따라 변화하는 벌레가 있는데 시경에 나오는 8월의 여치,9월의 베짱이, 10월의 메두기나 귀뚜라미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또 끊임 없이 생성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벌레가 있다. 너도 누에 치는것을 보았겠지, 누에는 고치를 만들고 고치 속에서 번데기가 생겨나고 번데기는 다시 나방이되며 나방이 교배한 후에는 알을 낳고 알에서는 다시 누에가 태어난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다른 벌레를 자시과 유사하게 변화 시 킬 수 있는 벌레는 오직 나나니벌 뿐이란다."

하니, 아이가,

"벌레는 벌레니까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까?"

하였다. 내가

"좋은 질 문이다. 공자孔子는 추鄒나라 사람의 자식으로 성자聖者였고 안회顔回는 안로顔路의 자식으로 현자賢者였다. 그런데 공자는 남의 자식인 안회로 하여금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기와 유사하게 하도록 하였으니, 그것도 역시 변화 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면서 사람을 변화 시킨 일은 공자만이 할 수 있었다. 공자 이후에 다름 사람을 변화 시킬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남에게 변화 받을 수 있는 사람도 없으니 참으로 슬픈 일이다."

하였다.

 

 작가 알기: 신광한(申光漢)1484(성종15)~1555( 명종10)중종조 문신, 신숙주의 손자 문집<<기재집>>소설<<기재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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