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쓴이: 마상열
틈은 온전히 독립된 매개적 공간이다, 그것엔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어떤 거리가 존재한다. 다만, 유형적 틈새가 그 틈의 필연성에 따른 가치 기준을 평가하게 된다.
틈새 집은 내가 라면 맛을 느끼고부터 가끔 들렸던 매우 좁은 분식 집이다.
명동의 로데오거리 세 번째 블록 중간쯤을 두리번 하다 보면 오른편으로 음식점 간판들로 하여 번잡한 틈처럼 좁다랐게 난 골목길을 찾을 수 있다.
그 길을 따라 십여 미터쯤, 또다시 오른편으로 꺾어 몇 걸음 떼어 놓으면 건물 틈을 비집고, 외관이 너절해 보이는 틈새의 집이 건물의 틈을 내어 있었다.
협소한 가게 가장자리에 틈을 낸 틈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두 세평 틈새 안은 여지없는 손님과 나달거리는 쪽지로 하여 틈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익숙하고도 잽싸게, 그 비좁은 틈새를 비집어 틈을 내고, 그 틈을 자랑스레 외친다, 빨강 라면으로 언 몸과 맘을 대우고, 성질이 찬 꽁보리밥을 국물에 말아 달궈진 속을 달랠, 틈이 생긴 것이다.
틈새의사람들은 안다.
틈새엔 자유와 속박, 기회와 사고가 공존하며, 그것의 필요성을 아는 인간은 그 틈의 틈새를 그다지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