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래된 연인
쓴이: 마상열
난 그가 죽은 줄로만 알았다.
난 그가 내 생에 있어 까마득히 멀어진 걸로 여기고 지냈다.
그가 내게 와서 "다시" '무엇이 문제냐' 고, 그렇게 물었을 때, 난 그저
주저하기 만 하였지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그는 툭' 하고 어느 날 성큼성큼 내 심장을 열고 들어왔다.
가슴이 벅차왔다. 그때 이대로라면 죽어도 "좋겠다."라는 생각 들기도 했었다.
나는 변했어도 그는 빛바래지 않았다.
번득이는 언어들과 회초리는 여전히 나의 안부를 시험하였고, 무식함을 추궁했다.
그는 나의 오래된 연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줄곧 내가 연모하고 사랑했다.
추상적인 삶엔 어떤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다. 난 나 자신에게 좀 더 솔찍해야 했다. 난 내가 사랑하는 연인으로부터 변절을 결심했다. 어떤 것과의 경계에서 심하게 논쟁을 하여야 했고, 급기야 난 내가 사랑했던 아니 모두가 연모하는 나의 연인으로 부터 도망자가 되었다. 철저히 변절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었으나, 난 완전한 이단이나 이탈자는 결코 되지 못했다. 그건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이미 양면성을 지닌 비천한 존재로 인간 두뇌를 설계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가 내 성장에 끼친 영향은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사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오래 묵었던 관계는 외로울 때 유독 그 본성을 밝힌다. 그리고 시각각 관점은 스스로 정체성을 파괴하기 시작한다. 난 고독하기도 했고 지독히 허전하기도 했다.
신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는다. 신들은 인간이 지닌 교활함을 투계장의 닭대가리 정도로 즐기기를 좋아한다.
그리하여, 난, 나의 간절함에 굴복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래된 연인에게도...
설렜다.
오랫동안 버려두었던 나의 책장은 두터운 진득이 들을 툭툭 털고, 긴 장막을 걷어 나를 고상한 세계로 이끌어 준다. 흐트러진 기억들도 정렬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반짝이기 시작 했다. 숨이 쉬어 진다.
난 내가 이곳을 떠나 있었던 오랫동안 줄곧 짐승처럼 먹이만 찾았던 기억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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