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각 가는길
쓴이:마상열
반짝이는 신작로 길을 벗어나 키큰 소나무들이 힘겨루는 소롯길을들어서면 탄식처럼 군둥내 나는 입이 열리고, 졸졸 물소리에 봄싹 처럼 "쫑쫑" 귀가 선다.
"스륵스륵" 매끄럽게 곡선을 그으며 풀 섶을 지나는 꽃뱀처럼 "쩡쩡" 소리 내던 개울이 열리고, 물줄기가 곤두박질 치는 수정 같은 소엔, 지난해 나의 행위가 배꼽처럼 누워 "헤작헤작" 얄궂게 헤엄을 친다.
질리도록 하얀 그림자를 드리운“매화당 옆, 자작나무엔 한때 산비둘기가, 뻐꾸기가, 딱따구리가, 얌체 같은 청설모가 가을이 수렁이 되도록 배설을 했으며, 부지런히 바위틈을 오가던 다람쥐 빠짐없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네.
그리고 떡쌀 같던 보름달이 벼랑으로 내몰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던 별들 모두 잔상이되는 그믐밤엔 "애 반딧불이" 부부가 술래잡기를 하지, 잡목 뒤에 숨었다, 옥수수밭에 숨었다, 솔숲으로 숨었다, 묫등에서 번뜩일 땐 "꼭" 고전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 혼령 같아 아주아주 소름 돋기도 했지.
부~엉~ 부엉~ 부엉이 울음, 골 깊도록 번뜩이고,<어쩌면" 어느 훗날에 다시는 맞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많은 경험들을 어디에 담아두어야 할지>, 무쇠 솥뚜껑 같은 상념들이 이러쿵저러쿵, 그물 치는 그런 밤은 어찌나 구들이 배기던지 새벽녘 동창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두려워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