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일요일
창을 흔드는 바람과 함께 빗 줄기는 길게 이어져 밤의 심장에 고스란히 내렸다
서막을 알리는 공상들의 아수라가 차가운 빗소리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전장의 소용돌이가 친다
언뜻 작업실 몇몇 나무들이 떠올랐다
모가나무며 단풍나무며 곱게 물들어있던 감나무 이파리들이 무사하지 못하리 무릇 아쉬움 흐트려 놓았으리라
몽롱한 시간 뒤척이 횟수를 쌓아 밤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되내이듯 중얼거린다 이 현실은 또 무엇으로 채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