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향수 IV

일기님 2009. 7. 7. 01:06

향수 IV

 

                                                       쓴이: 마상열

 

  그날도 비가 내렸지...
  들창 너머로 빗살은 앞다퉈 直立을 감행했고, 이내 한 몸이되어 거침없이 길을 내며도랑 쪽으로 흘러내려갔어.

 

  키 작은 아이가 있었어.
  비가 몹시도 내리는, 어느해, 이른 봄이 였을꺼야,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고 계시는 어머니 행동에 골똘하던 아이가, 뭔가, 알았다는듯 끄덕이곤, 마당으로 뛰쳐나갔어, 그리곤, 주룩주룩 내리는 장대 빗속에 두 손을 모으고, 무언가를 소원하듯 중얼거며 한참의 소름을 감당했어.
 하지만, 아이는 병이나고 말았지, 추위에 떨며 신열로 앓기 시작했던거야, 당황한 어머닌 연방 찬 수건을 갈아주며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간호하셨지, 지극한 정성으로 다행히 아인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어, 영문을 몰랐던 아이의 어머닌 그날에 있었던 그 야릇한 의지에 대하여 추궁하였어, 울먹울먹 한참을 주저하던 아이는 이렇게 답했어,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고, 아버지처럼 키 큰 나무가 되고 싶어서 그랬다고, 그리곤 어머니 가슴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고 말았어, 아이의 어머닌 아이를 꼭" 안아 주셨어.

 

  시절이 몇 구비를 넘은 지금 그 아인 어른이 되었고, 오늘처럼 비가 그리움이 되어 창가에 오래 머무는 날이면 다섯 살 무렵 그날을 떠올리며 피식 웃기도 하지.

 

 

'테마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라리 애고~  (0) 2009.07.20
어른들의 동화  (0) 2009.07.08
향수∥  (0) 2009.07.05
국화꽃 언덕에서  (0) 2009.07.04
구례 산동엘 가보세요  (0) 200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