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깨어나지 않은 풀씨들을 위하여

일기님 2009. 7. 28. 11:06

 

 

깨어나지 않은 풀씨들을 위하여

 

 

                                                                         쓴이: 마상열

 

 

 

풀씨들은 그렇게 어둡고 차가운 땅속에서 숨 막히도록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하지,  하지만 언제나 이상적인 세상을 갈망했고, 느리게 오는 발아는 오로지 흩날려 떨어 질 때의 몫이었기에, 되도록 기다림의 이치에 순응 한 게지.

 

우린 언제나 모두를 위한 기도를 하지, 아직은 그늘져 소외된 곳에서 따스한 손길을 간절해하는 작은 씨앗들을 위해 특별하지만 지극히 소박한 주문을 했지. 드물게 전해 듣는 나쁜 소식으로 인해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우린 멈추지 않았어.

 

우선 대기 속을 떠도는 조직들을 끌어내려, 아직은 멍울진 상처를 다독여 달래는 작업을 해야 하고, 투명한 공간에 맑게 씻은 태양을 그려 넣는 거지, 햇님은 비로소 따사로운 눈길을 보편적이지 못한 곳까지 어루만져 줄 수 있게 되는 거야, 맘이 부시도록 말이지.

 

이러하듯 우린, 너희를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 하며, 하늘도 어렵지 않게 마음을 열어 주어야겠지, 너흰 그 칼날 같은 경계를 뜨거운 열정으로 밀치고서, 마침내 순결한 몸으로 새롭게 태어난 세상을 맞이하게 되는 거지, 모두가 바라던  그다지  대단한 수준은 아니지만 적응하며 살아야하는 건 신의 뜻이지.

 

너흰 정해진 운명과 종족 보존을 위해 영원히 꽃은 피우지 않기로 한 거야?
간혹 주변의 틔는 것들로 인해 심하게 유혹을 못 견뎌 한 적도 있었을 테지?
그것들의 삶이란 늘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 같았기에 오래 갈등할 필요가 없었던 건가?
돋보이기보다는 되도록 평범하게 그보다는 조금 모자란 듯 헝클어져 관심 안에서 멀찍이 거리를

두게 되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이고?

 

이렇듯 풀씨들은 어느 곳에서든 어렵지 않게 뿌릴 내리고, 그저 평온하기만을 바랐던것뿐이지, 그리 비옥한  주변을 바란적은  더더욱이 없어. 

 우리,  찌르찌르 ~ 호이~호이~ 귀익은 풀벌레와 새들의 반가운 노래 소리 끊이지 않게 귓가에 들려와, 들녘에 이는 작은 바람 소리 하나, 감사해 하는 그런 날, 왔으면 좋겠어.

깨어 나지 않은 풀씨들을 위하여.

 

지나쳐 가는 바람의 소리에 묻어, 오늘도 어디선가 또 다른 노래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너흰 어디에 그토록 꼭꼭 숨은 거니
너는 어디에 어떤 보살핌으로 숨죽이고 있는 거니
어쩌면 올해만큼은 가슴 벅찬 어떤 순간들 올 수 있는 거니
아마도 이토록 간절해하고 있다는 걸 너흰 모두 듣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