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님 2014. 8. 4. 06:42

그냥요

 

 

그냥요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그리움이 아름아름 생겨나요

왜냐면요 뉴스에선 태풍이 닥쳐온다, 장마의 시작이다,  이구동성 걱정이 태산들이지만 비가 온다니까 저는 왠지 설레고

그동안 외면했던 우산도 이놈이놈 어떤 게 좋을까 나름으로 경합도 지어보게 되고요

신발은 뭐가 좋을지 학창시절 떠올려 감 만에 삼각끈 슬리퍼 신을지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목긴 장화를 따로 장만해볼지

작년 이맘때 빗님 가시고서 수납해둔 노랑 꽃무늬 비옷으로 맵시 가다듬게 되면

창 넘어 골목길이고 공원길이 자꾸자꾸 성급한 맘 든다니까요! 다정한 데이트가 연상이되기도 하구요

이건 어디까지나 그냥이예요 그냥

잎새 가지런한 가로수 밑을 가만 걸어보는 것도 운치 있겠지만 마구 뛰고 싶어지는 겁니다, 그것도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흠씬

쏟아내는 한줄 소나기였으면 그런 충동이요

그냥요 그냥 그랬으면 좋겠단 생각요 

빗줄기 나른한 창가에 턱 괴면 아직은 모자란 내바람이 풀잎끝 이슬처럼 초롱하답니다, 제발 () 이렇게요~

그냥이었어요 이쁜 비 내려서요...

 

                                                                                                            마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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