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님 2009. 9. 25. 23:30

뭇국

 

                                                   쓴이: 마상열

 

부엌에서 생 무 빗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아침엔 뭇국을 먹일 모양이다.

 

어슷썰어 조각난 무는 육즙을 틔기며 냄비 안으로 내키지 않게 곤두박질 해댈 것이다.

그리고 이내 물 위로 솟게 되리라.

 

大 멸치 몇 마리 더불어 최소 삼사십 분 정도는 지치게 파도타기를 해야 만, 다진 마늘,

대파, 소금 등 양념이 흩뿌려져 만족할 정도의  아수라장은 연출될 것이다.

 

딸각딸각 냄비 뚜껑이 가쁜 숨을 몰아내면 경험만큼 익숙한 맛보기를 거쳐 요리의

완성 여부가 내게 통보될 것이다.

 

서둘러 식탁으로 배달된 뭇국엔 무르게 익은 입김만이 유체이탈遺體離脫을 감행하고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