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에세이
장날
일기님
2009. 7. 3. 00:47
장날
쓴이: 마상열
옷이라고는 일 년 열두 달 몸빼바지 하나에 가슬가슬 손때 묻은 블라우스가 고작인듯, 생의 언저리엔 거뭇거뭇 검버섯이 제 살인 양 영혼만 갉아먹은 흔적들이 야지랑스럽기 그지없다.
가시나무 같은 손마디, 할머니 구릉진 허리, 천년 주목인들 그 속내만은 다 알지 못하리라.
꼬개 앉은 모습 귀까지 올라 첸 무릎팍은 머잖아 자신의 키도 넘을 듯 하고, 달래며, 냉이며, 봄나물들은 덜어낸 세월만큼이나 낡은 소쿠리에 가지런히 제 주인 기다리는데, 시골장의 손님들은 다들 시골 사람인지라 석양빛이 장터 어귀 국밥집 양철 지붕 위로 죽순처럼 그림자를 늘려 와도 귀찮게 찾아들던 파리새끼 한 마리 들지 않으니 식경마저 물리친 노고는 아랑곳이 없는 듯하다.
한나절의 질박한 인심들로 분분하던 좌판, 장 돌림쟁이의 분주한 너스레마저 까막까막 모퉁이를 돌아서려 할 때, 우물만큼 깊어진 할머니의 동공, 시간은 반추하지 못하니 알맹이는 간데 없고 빈 허물만이 안타깝게도 그리울 풍경이 된다.